뉴스"2023 쏘팔코사놀 레전드리그"
Home > 뉴스/사진 > 뉴스
부산 KH에너지, 영암 월출산 꺾고 디펜딩 챔피언 위용 과시
조치훈-장수영-강훈 릴레이 3승, 1지명이 셋이라는 말은 농담 아니었나요?
  • [2019시니어바둑리그]
  • 2019-10-08 오후 1:26:30
▲ <부산 KH에너지> 김성래 감독과 조치훈의 승리인터뷰. 왜 그렇게 빨리 뒀냐는 질문에 '초읽기가 무서워서'라는 조치훈.

10월 8일 오전 10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특별대국실에서 2019 시니어바둑리그 1라운드 2경기가 속개됐다. 김성래 감독의 <부산 KH에너지>는 설명이 필요 없는 최강팀, 2년 연속 우승을 기록 중이고 일본에서 활약 중인 ‘일본 프로바둑의 살아있는 전설’ 조치훈이 소속돼 더욱 주목받는 팀이다. 한상렬 감독이 지휘하는 <영암 월출산>은 국수의 고향, ‘한국프로바둑의 살아있는 전설’ 조훈현이 여의도에 입성해 자리를 비웠지만 최강자를 배출한 저력의 팀이다.

대국오더를 보면(앞쪽이 부산 KH에너지) 제1국 강훈(3지명)-오규철(2지명), 제2국 장수영(2지명)-차민수(1지명), 제3국 조치훈(1지명)-김동면(3지명)까지 <부산 KH에너지> 쪽으로 약간 기우는 느낌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년 연속 우승을 기록 중인 <부산 KH에너지>는 관계자들로부터 ‘<부산 KH에너지>는 1지명만 셋’이라는 말을 듣는 강팀인 데다 제1국에서 맞붙은 강훈-오규철의 상대전적에서 강훈이 15승 3패로 오규철을 압도하는 천적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바둑TV 해설진(진행-김지명, 해설-김만수)이 선택한 하이라이트는 조치훈-김동면의 제3국. 그동안 쌓아온 전과를 비교하면 조치훈 쪽으로 많이 기우는 승부 같으나 의외로 재미있는 대결이다. 우선 동갑내기라는 점에서 전력우열과는 다른 경쟁요소가 있고 오랜 아마생활을 거친 김동면이 숱한 변칙과 변형에 강한 기풍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대기실에서 조치훈과 마주친 김동면이 ‘살살 좀 다뤄달라’고 익살을 부렸으나 처음부터 호락호락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는 게, 대국이 시작되자마자 입증됐다. 우하귀 접전부터 타오른 전투의 불길은 우변과 우상귀 쪽으로 거침없이 번져갔는데 김동면이 우변 백 일단을 몽땅 버리고 미지의 상변의 가능성과 선수 전환을 선택하는 과감한 사석작전을 펼쳐 해설진을 놀라게 했다. 실제로 전국을 넓게 보는 대국관은 조치훈도 인정, 국후 인터뷰에서 ‘초반 우하귀의 알파고 정석에서 파생된 변화는 내가 조금 나빴다’고 자인했다.

문제는 이후였다. 선수를 뽑아 좌상귀를 도려낸 김동면은 이후 반면운영에서 소극적인 행마로 일관하며 실리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우상 쪽 백 세력에 뛰어든 흑을 방치해 쉬운 수습을 허용했으며 종반 무렵 좌상귀 쪽에 뛰어든 흑을 공격하지 않고 귀를 지키는 가장 소극적인 전략으로 대응해 패색이 짙어졌다. 중앙 접전에서 하변 흑 일단을, 패 또는 끼워서 끊어 싸울 기회가 있었으나 안전운행으로 연결을 허용하면서 패배를 앞당겼다. 첫 대격의 의욕을 보인 초반에 비해 너무 위축된 종반의 반면운영이 아쉬웠다. <부산 KH에너지> 선승.

제3국이 끝나자마자 제1국도 종료를 알려왔다. 카메라를 돌릴 사이도 없이 좌석으로 다가서는 순간 선수들이 돌을 거두고 일어선 이 대국의 승자는 압도적인 천적관계로 우위를 점했던 강훈. 통산 상대전적은 16승 3패로 더 벌어졌으나 대국내용은 만만치 않았다. 응원하던 팬들에게는 흑이 뛰어들어 크게 터를 잡은 상변에서 백이 좀 더 강하게 압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강훈의 승리로 <부산 KH에너지>의 승리도 확정됐다.

승패와 무관하게 된 제2국에선 장수영이 여유 있게 이겼다. 종반으로 들어설 무렵 반면으로도 백이 남는, 비교적 큰 차이를 의식한 차민수는 대국이 끝나자마자 팀의 승패를 묻고는 ‘(이미)져있었네. 좀 더 일찍 던질(돌을 거둘) 걸 그랬나?’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명불허전, 3-0 완승으로 최강팀의 위용을 과시한 <부산 KH에너지>는 우승 3연패를 향한 시동을 걸었고 패한 <영암 월출산>은 한걸음 물러서서 심기일전, 재도약을 기다리는 인내의 터널로 들어섰다.

2019 NH농협은행 시니어바둑리그의 대회 총규모는 지난 대회보다 1억 3000만원이 증액된 5억 4000만원이며 우승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500만원이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승자 65만원, 패자 35만원의 대국료가 별도로 책정됐다. NH농협은행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시니어바둑리그의 모든 경기는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부터 바둑TV가 영상으로 생중계한다.

▲ 가장 먼저 대기실에 나타나 면벽명상(?) 중인 <부산 KH에너지>의 1지명 조치훈.

▲ <영암 월출산>은 한상렬 감독의 영향으로 전체적인 팀 분위기가 느긋하다. 시니어의 승부는 즐기는 거라고.

▲ 시니어바둑리그의 특징 중 하나는 한국프로바둑의 전설을 수시로 만날 수 있다는 것. 김인 국수!

▲ 돌 가리기는 화기애애, 제1국 <부산 KH에너지> 강훈의 선공이 결정됐다.

▲신체연령 측정에서 수십 년 젊게 나와 주변을 놀라게 한 '등산의 달인' 최창원 심판위원. 요즘도 산에서 날아다니시나요?

▲ 제1국 스타트, <부산 KH에너지> 강훈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 <영암 월출산>의 차민수와 <부산 KH에너지> 장수영이 맞붙은 제2국.

▲ <영암 월출산> 김동면과 <부산 KH 에너지> 조치훈의 대결은 동갑내기 싸움이라는 점에서 묘한 경쟁이 있다.

▲ 기풍대로 선 실리, 후 타개의 전술로 승리한 조치훈. <부산 KH에너지> 우승의 선봉장임을 입증.

▲ 초반의 과감한 사석작전으로 해설진을 감탄시킨 김동면. 중반 이후의 소극적인 반면운영이 좋지 않았다. 아쉬운 패배.

▲ 복기 장면을 담을 겨를도 없이 돌을 거두고 일어섰다. '무등산 검객' 오규철도 최선으로 맞섰으나 천적관계는 공고했다. 대 강훈전 3승 16패로 한발 더 멀어졌다.

▲ 반면으로도 백이 남기는 바둑, 돌을 거둘 시기를 기다리던 차민수는 계가를 마친 뒤 동료들의 패배소식을 듣고 허탈하게 웃었다. 뭐야, 조금 일찍 던져도(돌을 거둬도) 될 걸 그랬잖아. ㅎㅎ

▲ 오늘 대국오더는 생각대로 잘 안 됐고요(김성래 감독). 아니, 생각대로 잘 안 됐는데 3-0이란 말입니까. 두 번 죽이시..쿨럭;;;